경북 포항의 한 요양병원에서 잠을 자던 60대 입원 환자가 동료 환자에게 소화기로 무참히 가격당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유족이 병원 측의 늑장 대처와 축소 은폐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사건은 지난 8월 2일 오전 11시께 경북 포항시 북구의 한 요양병원 병실에서 일어났다. 경증 치매로 입원한 지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던 60대 환자는 침상에서 잠을 자던 중, 같은 병원 환자인 70대 남성 B 씨로부터 기습 공격을 받았다.
B 씨는 길이 44㎝, 무게 5㎏에 달하는 분말 소화기를 들고 피해자의 머리 부위를 5~6회 집중 가격했다. 머리를 심하게 다친 피해자는 인근 종합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위중한 상태가 이어졌고, 결국 중환자실에서 하루 만에 숨을 거뒀다.
가해자가 수사 기관에 밝힌 범행 동기는 상상을 뛰어넘었다. B 씨는 "피해자의 체격이 커 위협을 느꼈고, 내가 먼저 살해당할 것 같아 선제적으로 공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 과정에서 B 씨 측은 장기 입원 생활 등을 거론하며 살해 고의성을 부인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단호했다.
재판부는 위험한 둔기로 급소를 반복해서 내리친 점, 범행 전후 상황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어 심신장애 상태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살인죄를 인정하고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판결에 불복한 B 씨는 항소장을 냈고, 검찰 또한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 방침을 세웠다.
비극적인 살인 사건과 더불어 병원 측의 초동 조치를 둘러싼 갈등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피해자 유족은 지난 27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입원실 관리가 허술했고 사고 직후 보고 체계도 엉망이었다고 성토했다.
딸 A 씨는 병원 측이 처음 연락해 왔을 당시 "다른 환자와 시비가 붙어 넘어져 다쳤다"며 둔기 폭행 사실을 숨겼다고 주장했다. A 씨는 "어머니가 경찰 연락을 받고 나서야 아버지가 소화기에 맞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 아버지는 처참하게 망가져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유족 측은 참극 당시 병실이 위치한 해당 층에 상주하는 의료진이 없었으며, 환자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뒤 구급차에 실려 가기까지 30여 분이 지체돼 골든타임을 놓쳤다고 지적하며 병원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해당 요양병원은 피습 사실을 인지한 즉시 상태 확인과 응급 처치를 진행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병원 측은 당직 의사의 판단에 따라 상급 병원 전원을 결정했고, 환자 이송 차량에 간호사와 응급구조사가 동승해 치료에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내부 보고 절차 준수와 112 신고를 정상적으로 마쳤으며 향후 수사에도 성실히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