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수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공동주택 관리현장도 새로운 변화를 맞고 있다. 과거 외국인 거주자가 산업단지나 대학가 인근 일부 지역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수도권은 물론 지방 중소도시의 아파트나 오피스텔, 빌라 등 일반 주거지에서도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입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거주 인구 총 5181만명 가운데 외국인(3개월 이상 거주)이 204만명(3.9%)으로 전년 대비 11만명(5.6%)이 증가했다. 국적별로는 중국(한국계) 54만명(26.3%), 베트남 29만명(14.0%), 중국 22만명(10.9%), 태국 18만명(8.7%) 등이다. 2023년 대비 외국인이 많이 증가한 국적은 베트남, 미얀마, 네팔 순이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거주 비율이 57.6%(118만명)로 가장 많고 시도별로는 경기도(68만명), 서울(37만명), 충남(14만명), 경남(13만명) 순이다.
외국인 근로자, 유학생, 주재원 등 체류외국인 기준으로 보면 그 수는 더 많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5년 체류외국인은 전년 대비 5.0% 증가한 약 278만명 수준으로 전체 인구의 5.44%를 차지한다. 한국인 20명 중 1명 이상이 체류외국인인 셈이다. 국적별 체류외국인은 한국계 중국인을 포함한 중국 35.2%, 베트남 12.1%, 미국 6.5% 등 순이다. 귀화자를 포함하는 이주배경인구 또한 비슷한 규모다.
이처럼 외국인이 우리 사회의 일상적인 구성원으로 자리잡으면서 공동주택에서도 외국인 입주민을 만나는 것이 크게 낯선 일이 아니게 됐다. 이에 따라 언어와 문화가 각기 다른 입주민들 간 소통과 공동체 형성, 생활질서 유지 등이 공동주택 관리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일부 아파트에서는 영어·중국어 등 외국어 안내문을 게시하거나 통역 지원을 도입하는 등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다른 문화권에서 생활하다 한국에 온 이들이 낯선 환경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과 문화교류 행사 등을 시도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사할린 동포가 많이 거주하는 인천 남동구의 단지들은 이들을 위한 김장김치 나눔 행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공동체 화합 행사 일환인 입주민 음악회에서 특별히 러시아 전통음식인 블리니를 제공하기도 한다.
다만 외국인 입주민 증가 속도에 비해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대응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언어 장벽과 생활문화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 등이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관리비 고지서와 각종 공지사항, 관리규약 등 대부분 정보가 한국어로 제공되고 있다 보니 한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입주민들은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지나치거나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을 의도치 않게 어기는 사례도 나온다. 스마트폰 번역기를 사용하거나 주변 이웃의 도움을 받아 내용을 파악하기도 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수도권 아파트 관리소장은 “외국인 입주민이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아파트 생활 관련 문의를 할 때가 있는데 간단한 민원은 번역 앱을 활용해 소통하지만 복잡한 설명이 필요한 경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생활문화 차이에서 비롯되는 갈등도 적지 않다.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본래 생활하던 환경에서 형성된 습관과 상식이 굳어져 있다 보니 쓰레기 배출 방식이나 층간소음, 흡연, 반려동물 관리, 공동시설 이용규칙 등에서 다양한 오해와 갈등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이제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도 다양한 국적과 문화적 차이를 고려한 관리체계 구축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입주민들의 기본적인 주거생활뿐만 아니라 적극적인 의사결정 참여와 주민 간 교류 확대 등에 있어서도 체계적인 지원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 입주민 증가가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지 공동체 다양성과 포용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지는 결국 관리현장의 대응과 제도적 뒷받침에 달려 있다.


